2019. 01. 17. 목요일 | 드디어 쉬는 날
쉬는 날 오늘 내가 한 건 충분한 휴식과 목표 설정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
현재 나는 런던에서 워홀을 하고 있는 중이다.
원래는 IT 계열을 전공했으나 공부를 하면 할 수록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조금이라도 해야겠다는 열정이나 작은 관심이라도 있으면 억지로라도 해나갔을텐데
어느 순간 그 억지로 해나가야하는 것에 너무 큰 공허함과 스트레스를 느껴 내 모든 생활이 무기력함에 빠져버렸다.
그런 상황 속에서 십대 때부터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장기간 해외 체류하기가 내 머릿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잠깐의 스침이 내가 지금 런던에서 지내고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7년 동안 해온 공부였기에 런던에 와서도 IT 계열 쪽으로 일자리를 찾아봐야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거고 영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경력을 이어 나가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생각을 하면 즐겁지가 않고 막막하기만 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그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런던 온지 이 주 정도는 푹 쉬었고 그 다음 부터는 일하면서 사람도 만나자는 생각에 젤라또 카페에서 일도 했다.
외식비가 비싼 반면에 장바구니 물가가 저렴했기 때문에 먹고 살려고 집에서 요리를 했다.
처음 했던 요리가 나름 알리오 올리오였는데 어설프게 젓가락으로 면 옮기다가 불 붙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처음은 불이 겁나서 마늘이 덜 익었고
두 번째 시도에서는 마늘이 너무 탔고
세 번째 시도에서는 요리 시간도 단축되고 맛도 괜찮았다.
바로 그 때 갑자기 깨달은게 반복하는 걸 너무나도 싫어하는 내가 요리는 반복해서 하는게 전혀 질리지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할 때마다 매번 맛도 나아지고 요리 과정도 수월해지는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 깊게 생각해보니 나는 단순해서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다 풀리고 먹는걸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한국에 있을 때도 식당에 가면 구성, 맛, 인테리어, 직원 수, 서비스 등을 생각하며 미래에 나도 내 식당을 갖고싶다는 마음이 내 안에 있었는데 그게 바로 내 꿈이었음을 인지하였다.
그래서 요리 학교를 알아봤더니 학비가 터무니없이 비쌌고, 쿠킹 클래스를 찾던 중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일하면 돈도 벌고 요리도 배우고 일석이조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때부터 indeed, Glassdoor jobs 등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서 kitchen assistant로 검색해서 무료 식사 제공해주는 조건이 성립하며 출퇴근 가능한 위치 조건을 만족하면 무조건 지원했다.
하지만 대부분 경력이 필요했고 아무런 요리 경력이 없던 나는 답변을 못 받았다. 그래서 kitchen porter 업무로 다시 지원했다. 그렇게 또 닥치는대로 지원을 하니 한 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그 곳이 지금 내가 일하는 곳이다. 다른 곳에서도 연락이 오긴 했지만 나중에서야 연락이 왔음을 알고 인터뷰를 가지 못 했다.
나의 작은 체구와 Kitchen porter로서의 한계를 봤던 것일까? Head chef가 나에게 Line Cook 자리를 제안했다.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행복했다.
나중에서야 알게된 사실은 Senior Sous Chef가 나에게 전화를 했던 거고 내 애기 같은 목소리를 듣고 reject 하려고 했단다. 그런데 Head Chef가 인터뷰와 트라이얼 할 때 나를 좋게 봐서 합격했던거라고 한다.
그 소리 듣는데 다시 한 번 감사하면서도 제대로 일을 잘 해내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 Reject 했던 사람에게 인정 받고 싶다는 오기와 나를 좋게 보고 채용해준 사람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지금은 일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 것 빼고는 즐겁게 하고 있다. 일 하다 한 번씩은 꼭 좌절하는 순간이 있지만 그 좌절이 나를 더 성장시켜줄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이야기
레스토랑이 전 세계에 160개 이상의 매장을 두고 있는 곳이다 보니 관리가 잘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부분의 재료가 손질 되어져 있다는 장점이지만 나에겐 아쉬운 점도 있다.
스테이션이 다양하고 무엇보다 칼질 조차 제대로 못하는 나에겐 배울게 넘쳐나는 곳이다. 그러나 워낙 바쁘다보니 온전하지 않은 요리를 내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든다.
레스토랑에 근무하면서도 제대로 기초부터 요리를 배워나가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데, 그 욕심이 요리 학교를 가고싶다는 목표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학비가 너무 비싸다. 지금 내가 버는 돈을 고스란히 1년동안 하나도 안쓰고 모아도 학비가 마련되질 않는다.
그 과정이 르꼬르동블루 런던 캠퍼스의 디플로마 과정이다.
심혈을 기울인 나만의 플레이트 하나를 만들어 내고 싶다.
이 글을 쓰다가 문득 떠올랐는데 우선 일하면서 내 접시 하나하나를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실력을 다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식재료가 다양하고 이걸 활용해서 내가 요리해 먹을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으니 스스로 연습해나갈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내일 일할 생각에 설렌다.
내일은 어리버리 타지말고 똑바로 해내야지.
그리고 런던 떠나기 전에 꼭 요리 학교 등록하고 싶다!
#오늘의 요리 #계란 퐁당 매콤 토마토 파스타 #야매 에그인헬
@사용한 재료: 파스타면, 소금, 칠리오일, 크림치즈, 마늘&양파 토마토소스, 계란, 모짜렐라 치즈, 파슬리 가루
- 칠리오일은 한 큰 스푼 넣으니 매콤하고 알맞았다.
- 크림치즈를 넣어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어울렸다.
- 설거지 적게 하려는 마음과 치즈와 계란을 익힐 뚜껑이 필요해서 냄비를 사용했으나 플레이팅이 매우 아쉽다.
- 뚜껑을 덮고 약한 불에 두는 과정이 있었기에 면수를 좀 더 넣어서 농도를 묽게 하는게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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