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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임 - 일상/영국 워킹홀리데이

[런던/영국워홀] D+107 비 오는 날 일 마치고 집까지 걷기

by 히소지음 2019. 1. 23.

2019. 01. 22. 화요일

일 마치고 나오는데 비가 왔다. 

런던에서는 비가 엄청 많이 내리지 않는 한 사람들이 우산을 잘 안 쓰고 다닌다. 오늘 비 오는 데 나도 우산 없이 걷다가 갈 길이 멀고 점점 젖어가는 것 같아서 우산을 꺼내 썼다. 

오늘의 이슈는 런던 시내인 소호에서 집까지 걸어온 일이다. 계획엔 없었다. 

늘 타던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는 오지 않고 구글 맵으로 버스 시간 확인하니 버스가 이미 지나갔다고만 표시되는 것이다. 보통은 지연이나 루트가 변경되는 등의 안내 사항이 생기면 안내 정보가 뜨는데 그것도 안 뜨길래 계속 기다리지 말고 집까지 걸어보자는 생각으로 걸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출발한 시간은 오후 5시 20분이 넘어서였고 집에 도착한 건 6시 50분쯤이었다. 1시간 30분가량 걸었다.

비만 안 왔으면 걷기에도 괜찮았던 것 같다. 지역은 같지만 늘 다니던 루트가 아니라 새로운 루트로 걷다 보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여서 재밌었다. 내가 버스 타면서 매일 지나쳤던 알록달록한 건물이 구글 건물이었다는 것도 오늘에서야 알았다. 

런던 생활 초기에 구글 건물 찾아가려다 패스했는데 내가 매일 지나쳐왔단 걸 알게 된 순간 황당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것 같다.

걸어오는 내내 영어 오디오북 들으면서 쉐도잉했다. 문장이 다 들리진 않고 대부분 단어 위주로 부분적으로만 들렸지만, 웅얼웅얼 해봤다. 책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는데 아직 내 수준으로는 버거운 것 같아서 더 짧은 동화를 찾아서 듣고 따라 해볼 예정이다.


#퀄리티가 우선이다

오늘 신메뉴 테스팅하는 날이라서 개발팀 쉐프들이 왔다. 그중 한 쉐프가 나한테 라멘 치킨을 왜 미리 많이 만들어뒀냐고 했다.

비록 오늘은 내가 만든 게 아니었지만, 평소에 나도 두 세 번 일하는 게 번거롭고 바쁠 때를 대비해서 미리 20개 정도 만들어 두는 편이다.

근데 수분이 날아가서 퍽퍽해지기 때문에 번거롭더라도 30분마다 만들라는 거다. 

그러면서 퀄리티가 제일 중요하다고 내가 일 하는 지점은 퀄리티가 별로라고 했다.

듣는데 뭔가 쇠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었고 그 후로 내내 멍해졌다.

요리를 좋아해서 요리하고 있는데 정작 나는 내 음식의 퀄리티를 책임지지 못하고 접시를 완성해서 내보내는 것에만 만족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항상 나는 하루에도 수십 그릇을 만들어도 손님 입장에서는 한 그릇일 뿐이기에 매 순간 그 사실을 고려해서 만들어내야 한다고는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미 미리 세팅해둔 재료에서 퀄리티가 꽝이었던걸 몰랐던 거다.

지식, 관심, 관찰력과 섬세함이 부족했다.

그리고 치킨 차이 느껴보라면서 먹어보라고 했는데 그때도 충격적이었다.

너무 퍽퍽했기 때문이다. 한 조각을 넣어서 씹는데 잘 씹히지도 않았다.

칼질에 따라 식감도 달라지니 칼질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고도 생각했고 내가 그동안 많은 디테일을 놓치고 있었다는 걸 몸소 느꼈다.

내일부터는 식사 시간마다 메뉴에 있는 그대로 내가 만든 음식을 하나씩 먹어나가겠다.


#오늘의 요리 #사실은 어제의 요리 #수란 크림치즈 파스타

#재료: 파스타면, 칠리오일, 크림치즈, 오트밀우유 약간, 수란, 모짜렐라, 파슬리, 후추, 소금

- 칠리오일로 인해 매콤하긴 했지만 먹을수록 느끼했다.

- 테스코 모짜렐라 치즈가 맛이 없는 것 같다. 다음 번엔 다른 모짜렐라 치즈를 구매해봐야겠다.

- 다음번에는 베이컨이나 새우 같은 다른 재료도 넣어봐야겠다.


#테스코 과자 후기

- 가격: £0.90 (할인가)

- 특징: 트윅스랑 비슷한데 개인적으로는 이게 더 맛있었다. 달달하고 바삭한 맛에 하루만에 다 먹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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