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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임 - 일상/영화노트

[영화일기] Last holiday (2006)

by 히소지음 2019. 3. 13.

영화 본 날 | 2019. 03. 10. 일요일

우연히 유튜브에서 영화 소개하는 영상을 보다가 내용이 재미있어 보여서 찾아본 영화이다.

영화는 건강했던 주인공이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서 미래를 위해 모았던 자금으로 평소 본인이 꿈꿨던 것을 하며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주인공을 통해 대리만족하면서 가볍고 재밌게 영화를 봤다. 하지만 보고 난 후 생각을 많이 하게 됐지.

위의 포스터에 나오는 여성은 같은 인물이다. 그러나 분위기가 너무도 다르다. 왼쪽의 여성은 시한부 진단을 받기 전 요리 재료도 아껴가며 좋아하는 요리를 하고, 쿠폰으로 알뜰살뜰 장도 보고, 상사가 마음에 안 들어도 참고 일하는 인물이다. 언젠가 한 번 해보고 싶다,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 싶은 꿈의 내용을 기록해 놓은 꿈 목록 책으로 대리만족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친숙했다.

반면에 오른쪽 여성은 죽음을 앞두고 오히려 당당하게 본인이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 하고 싶었던 말들을 하며 삶을 만끽한다. 대리만족하며 남몰래 품고만 있었던 꿈 목록 책을 실현하러 떠나는 그녀를 보다 보면 역시 돈이 있어야 하는구나 싶으면서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했다.


#자문자답

Q. 나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나를 희생하고 있지는 않은가?

A.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희생한다고 생각하는 대상이 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나는 대체로 돈을 떠올리면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 당장 내가 사고 싶은 걸 참고 저축하려는 나를 볼 때면 뿌듯하고 기특할 때도 있지만 기분이 가라앉을 때도 자주 있다. 돈 받는 날은 정해져 있는데 시도 때도 없이 계좌를 들여다보며 빨리 돈을 모으고 싶다는 조급함이 생길 때면 되레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계좌를 확인하는 빈도수를 줄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잘 참았어 ㅇㅇ아♡'라는 이름으로 pot을 하나 만들었다(우리나라로 생각하면 적금계좌 하나 만든 거다). 내가 구매 욕구를 참을 때, 할인된 가격으로 물건을 샀을 때 등의 상황이 생기면 '잘 참았어' pot으로 돈을 이체시킨다. 이게 은근 기분 좋게 절약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물건의 유혹을 떨칠 수 있어서 좋다. 예를 들어, 내가 물건을 사기 위해 고려한 예산이 1만 원인데도 불구하고 막상 물건을 사게 되면 더 좋아 보여서 예산을 초과하는 물건을 사 오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요즘은 예산을 초과하지 않고 이미 사고자 계획했던 물건만을 사 온다. 그리고 기분 좋게 원래 유혹에 넘어갔다면 지급했어야 할 초과금액을 '잘 참았어' pot으로 이체시키는 것이다. 물론 어떨 때는 무리해서 갖고 싶은 전자제품이 있다. 산다면 꽤 돈이 나가는 막강한 유혹이다. 그런 유혹을 참을 때는 그 전체 가격이 아니라 내가 정한 기준액만큼만 이체시키고 이체내용에 해당 물품을 메모해둔다. 이런 식으로 내 나름대로 재미를 만들어나가고 있기에 요즘은 돈을 절약하는 데서 현재의 나를 희생시키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않는다.

Q. 시간과 관련해서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없는가?

A. 있다. 가끔은 내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가란 고민을 할 때가 있다. 적절한 때에 하는 고민이라면 좋은 고민이지만 성급할 때가 있다. 어느 날 문든 직장 내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정말 깊이 우울해진다. 현재만 생각하면 지금 일하는 곳이 좋은데 미래를 생각하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 자체에만 깊게 빠질 때면 현재의 나를 희생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질문이 던져지면 질문 자체에만 묶여서 허우적대기보다는 답을 찾아내려고 하는 게 효율적인 것 같다. 이럴 땐 휴식이 필요하다. 나는 다른 사람의 경험을 담은 유튜브 영상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리고 나 자신도 질문하고 답한다.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면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

Q.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A. 영국에서 지내는 동안 어떻게 지내야 나중에 후회로 남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다.

Q. 그 고민에 대해 지금까지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

A. 영어 실력과 경력을 쌓는 것이다. 요리하는 게 아주 즐겁고 이 분야로 계속 나가고 싶다. 그렇기에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경력을 쌓는다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오랫동안 소원했던 영어를 한국어만큼 구사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정말 뿌듯한 시간을 보냈다고 나 스스로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요리학교에 가서 기본기를 배우고 수료증을 가져야겠다는 욕심이 생긴 이후부터 고민이 깊어졌었다. 요리학교 비용이 3천만 원 정도 들기 때문이다. 솔직히 너무 비싸다. 그리고 무리해서 지금 등록한다고 해도 우선은 가장 중요한 영어가 준비가 안 되어있다. 부딪히면 어떻게든 해나갈 거라는 믿음은 있지만, 날을 잘 간 칼로 재료를 썰 때와 무딘 칼로 재료를 썰 때는 천지 차이인 것이다. 나는 지금 칼날을 갈 때라고 판단을 했다. 이런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이유는 이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나는 조급한 성격이다. 이 성격은 나를 진취적으로 도전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힘이 되어준다. 반면에 인내와 기다림이 부족한 편이라 일의 마무리를 맺는 걸 힘들어한다. 그렇기에 변화나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할 때 한 번 더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인내와 기다림으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며 부지런히 일해서 돈도 벌고 지금 일하고 있는 곳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다 배우자는 마음가짐으로 나를 갈고 닦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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