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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임 - 일상/영화노트

[영화일기] The Bucket List 버킷리스트 (2007)

by 히소지음 2019. 3. 15.

영화 본 날 | 2019. 03. 15. 금요일

영화를 본 직후에 쓰는 거라 아직도 눈에 눈물이 맺혀있다.

죽음을 앞두고 병실에서 만나게 된 낯선 남자 둘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함께 실행하면서 묻어뒀던 속마음도 꺼내며 이야기할 정도로 가까운 친구가 된다.

병마와 싸우며 고통 속에서 병실에 머물던 그들이 인생의 끝자락에 와서야 인생에서 가장 멋진 여행을 함께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세드엔딩을 이미 알고 보는 기분이 들어서 즐겁게 여행하는 장면을 볼 때마저도 내 시선엔 슬픔이 깔려있었다. 갑작스레 고통이 찾아오면 어쩌나 불안하기도 했다. 그저 영화를 보는 입장일 뿐인데도 그랬다. 극 중 캐릭터인 그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버킷리스트 항목을 하나씩 지울 때마다 그 기분은 어땠을까?

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나도 버킷리스트를 작성한 적이 있다. 이 영화의 개봉연도를 보니 내가 처음 버킷리스트를 작성한 때와 겹치는 것 같다. 당시에 버킷리스트를 작성할 때는 그저 앞으로 남은 수많은 날들을 뭐로 채우느냐는 고민을 했었다. 좀 더 있어 보이고 그럴듯 해 보이는 것들로 항목을 채웠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버킷리스트의 의미가 그때와는 또 다르게 다가왔다. 조금은 더 무겁게. 처음 내가 버킷리스트를 작성할 때는 10대 소녀였고 지금은 20대 후반이 됐다. 10대 때 10년 후의 내 모습을 학교에서 적으라고 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 때는 10년 후가 정말 까마득히 먼 훗날로 느껴졌었다. 그런데 지금 어느새 그 당시의 10년 후를 살고 있다. 많은 경험을 했고 조금씩 변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그중 하나가 여전히 죽음을 세드엔딩이라 여긴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내 삶도 새드엔딩을 알고 보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얼마쯤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나도 죽을 것이다. 갑자기 오늘 하루동안 분노하고 화나고 짜증 났던 감정들이 부질없게 느껴진다. 1분 1초씩 죽어가는 이 시점에 나는 왜 그토록 미움을 내 마음속에 가득 채워 넣고 있었을까? 살아 있으므로 느끼는 이런 감정들마저도 감사하게 느껴진다. 나는 더는 나를 탓하며 자책하고 싶지 않다.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감정들까지도 고스란히 느끼고 감사하며 끝낼 거다. 맘에 쌓아두지 말고 그때마다 소화해버릴거다. 그래야 또 다른 새로운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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