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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임 - 일상/독서노트

불편한 편의점1, 2 | 김호연 | 나무옆의자

by 히소지음 2022. 9. 25.

불편한 편의점1
불편한 편의점 1

불편한 편의점은 문학 코너보다 성공학/재테크/자기 계발 코너가 익숙한 나에게 참으로 오랜만에 따뜻한 감성을 전달해준 책이다. 1편에서의 독고와, 2편에서의 홍금보 캐릭터를 중심으로 편의점을 오가는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손님들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누구나 이 불편한 편의점에 들러 위로받고픈 사연 하나쯤은 들고 있지 않을까? 나의 경우는 나이를 들수록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가슴에 묻고 삭히게 되는 것 같다. 나의 사연을 꺼내 두는 것조차 어디서부터 어떻게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의 불편함과 판단이 걱정되어 썩 내키지가 않는다. 무엇보다 내가 느끼는 바를 충분히 전달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입을 열다가 다시 닫은 적도 꽤 있었다. 성가시게 하고 싶지 않아서 조심스레 사람을 대하다 인사마저도 인색해져 버린 내가 만약 이 불편한 편의점 속 독고 씨와 홍금보 씨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나는 서둘러 볼일을 마치고 계산을 끝내고 후다닥 나오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더욱더 인물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몰입했고 공감했다. 손님들은 독고 씨의 행동을 오해하며 '두 번 다시 이 편의점에 오나 봐라'며 편의점을 박차고 나가지만, 결국엔 독고 씨의 관심과 무덤덤한 친절에 자신의 이야기를 내뱉고 그러다 위로까지 받으며 힘을 얻고 간다. 그 모습들을 보면서 독고 씨처럼 위로를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화려한 미사여구는 아니지만 내뱉는 말 한마디가 '똑똑' 타인의 닫힌 문을 두드리고 살며시 포옹해주고 다시 시작할 힘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유달리 독고라는 인물이 좋았던 이유는 단순히 위로를 주는 존재라서가 아니었다. 그는 솔직했고 강단이 있었으며 그 속에서 따뜻함을 전달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좋아졌다. 어느새 그가 떠듬떠듬 말하는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만드는 흡입력이 좋았다.

불편한 편의점2

불편한 편의점2는 2019년 12월 말쯤부터 퍼진 코로나 상황을 현실적으로 표현한 장면들이 많았다. 2022년 9월 중순. 지금도 여전히 뉴스에는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완전히 종식된 건 아니라는 소리다. 하지만 팬데믹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거리에 생동감이 되살아났다. 불편한 편의점 2를 읽으면서 당시의 공포와 걱정이 기억나면서 '맞아 그때 그랬었지'라며 공감이 됐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인물들의 시선이 교차되는 부분들이다. 처음엔 각각의 인물들이 독고를 바라보며 갖는 생각들을 위주로 읽다가 나중엔 독고의 시선으로 그들을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 좋았다. 해석과 받아들임은 곧 제 몫임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다.

불편한 편의점을 통해 인물들의 사연과 대화로 위로받은 나는 여전히 현실에서는 타인과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혼란스러워하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은 그 치열한 눈치싸움을 잠깐 내려두고 무해하게 그들의 대화 속에 녹아들어져 무방비 상태로 그들을 받아들이고 나를 내 보일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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